<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화장실과 인간 행위

관리자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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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배변 방식 인간이 대소변을 보는 방식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지 않다. 대변은 남녀 모두 정지한 상태로 앉아서 보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뉴기니아에 사는 나체족은 정지해 있으면 독충이 5초에 한 번씩 달려드는 정글의 자연환경 때문에 정글 속을 걸으면서 변을 본다. 에두아르트 푹스는 풍속의 대부분이 계층 혹은 계급 간에 차이를 두고 싶어 하는 심리에서 발달한다고 했다. 대변을 보는 자세는 '쪼그리고 앉는 방식 (Squatting)'에서 '앉기 방식(Sitting)'으로 변화했는데, 프랑스의 왕들을 시작으로 부르주아 계급의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서양인들의 관습에서 의자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보는 방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체 구조적으로는 쪼그리고 앉아서 변을 보는 방식이 배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소변을 보는 방법은 좀 더 다양하다. 남성은 서서, 여성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각종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성별에 따른 소변 자세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과 아파치족 인디언의 경우, 여인들은 서서 소변을 보고 남자들은 쪼그리고 앉아서 소변을 봤다. 중세 유럽의 아일랜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19세기 일본 교토의 상류층 여성들이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선 자세로 양동이를 뒤에 두고 소변을 봤다는 기록도 있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배변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사람들은 대부분 대소변을 함께 배출하는데 반하여, 유럽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은 신체구조의 특징 때문에 대변과 소변을 따로 보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다양한 배변 방법과 성별에 따른 배변 자세는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시대와 자연환경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한 예로, 요즈음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에서도 청결을 위해 남성들이 앉아서 소변보는 방법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은가.


남성과 여성의 화장실 생태학 평균적으로 남성은 하루에 한두 번 대변을 보고 5회 정도 소변을 본다. 여성은 대변을 하루에 한 번 정도 보고 소변은 5회 정도 본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의 덴니스 교수는 실험을 통해 남성이 혼자 소변을 볼 때는 심벌을 꺼내는데 5초, 소변보는데 25초로 총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옆에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4초 정도가 단축된다고 밝혔다. 무방비 상태에서 위험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자율기능 때문이라는데, 그에 따르면 남성은 예상 외로 무척 섬세하고 여린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소변을 보는 소리가 크다. 도로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요로의 길이가 짧아 소변이 순간적으로 배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볼일 보는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는 것은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고대 일본의 여성들은 소변 소음을 없애기 위해 하인을 화장실 밖에 세워두었다. 하인은 항아리에 물을 담아 놓고 국자로 물을 퍼서 흘려보내면서 주인의 소변보는 소리를 감추었다. 도덕과 예의범절이 중시되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


에는 요강을 감추는 가구디자인이 발달되면서 뚜껑을 들면 음악이 나오는 변기의자가 개발되어 용변 보는 소리를 들키지 않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공중화장실에도 '에티켓 벨'이라는 장치를 설치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오토히메(音姬)'라는 이름으로 휴대가 가능한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하는 일 중에는 독서가 최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화장실에서 독서하는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선호해 온습성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독서다. 특히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화장실에 서가를 설치한 사람도 있고, 화장실에서 언어학 서적을 읽어 20여개 나라의 언어에 통달한 학자도 있다. 정신분석학자들은 화장실에서 하는 독서가 배설로 잃은 부분을 정신적으로 보충해주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학전문가들은 용변을 보는 중에는 그 일에만 열중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하니 생각해볼 일이다.


화장실에서 하는 낙서는 정신적인 배설행위 화장실에 빼곡하게 들어찬 낙서들은 서양에서는 300년, 일본에서는 75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낙서 전문가들은 화장실에서 낙서를 하는 행위가 앞으로도 인류 문명과 함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배변 과정에서 생리적인 해방감을 느낀다면, 낙서를 통해서는 정신적인 해


방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화장실 낙서가 일종의 정신적 배설행위인 셈이다.


화장실에 하는 낙서는 실제 자신의 모습과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많은 낙서를 하고, 성(性)과 관련된 외설적인 내용이 담긴 낙서도 남성들이 많이 한다. 한편 1965년에는 미국 전신전화회사가 상습적으로 화장실에 낙서를 하는 '범인'을 잡으려다 미국 전 지역의 전화망을 마비시킬 뻔 했던 사건도 있었다.


화장실은 마음의 걱정을 씻어내는 공간 사찰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 부르고, 화장실에 드나드는 것도 수행의 과정으로 삼아 화장실에서 '입측오주'를 외우게 한다.

몸으로 똥과 오줌을 내보내듯이 마음으로 모든 번뇌와 걱정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시대에 맞게 풀이한 입측오주의 내용을 소개한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버리고 또 버리니 산 동안 기약일세


욕심, 성냄, 어리석음 다 버리니 목숨마저 있고 없고 (뒷물을 하고)


비워서 가벼워라 채울 것이 가득하다 어찌 이것 두고 저 세상을 바라는가?


(손을 씻으며)


활활 타는 저 불길 끄는 것은 두루마기불만큼 붉더냐 종이만큼 희더냐


(더러움을 버리고)


더러움을 씻어내니 그 번뇌가 씻기더냐


함께 삭히자던 더러웁다 그 소원


(깨끗해짐을 확인하고)


한송이 흰 연꽃 오시자니 뻘밭이네


거기오신 청신사 거침없이 진일보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글쓴이 조의현, 이담북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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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어울리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하나뿐인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신유건영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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