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현의 화장실 칼럼>세계 화장실 이모저모-3

관리자 │ 2024-06-17

HIT

43

똥 때문에 일어난 폭동


수세식 화장실이 일반화된 요즈음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분뇨가 농사용 거름으로 활용되던 시대에는 분뇨와 관련된 시비도 제법 많았다.


1892년 일본 규슈의 하카다 지방 농민들이 분뇨 값이 너무 비싸다며 21일 동안 봉기를 일으켜 시내 곳곳에 분뇨가 넘쳐나는 등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 1935년에는 중국 베이징의 '똥장수'들이 이들의 독점적 영업 행위 단속을 위해 분뇨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시 정부의 계획에 저항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가족까지 참여해서 시내 교통을 마비시키고 악취를 풍기며 전개된 조직적인 시위는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환경폭동으로 발전했다. 결국 진압되었지만 똥장수들의 시위로 베이징 시장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도 1932년부터 분뇨 수거 비용이 징수되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이 무단으로 분뇨를 투기하고, 분뇨 수거인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분뇨가 쌓여 환경과 위생 문제가 심각해지는 와중에도 일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분뇨는 비교적 제때 수거되었다고 하니, 암울한 시절에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이라 하겠다.


집 화장실을 자신이 하루 종일 차지하고 앉아서 옆집 화장실의 단골손님까지 빼앗아 오는 상술을 발휘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여성용 화장실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화장실의 위치를 알려주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있다가 외국인들이 돈을 낼 때까지 비켜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국가고시 시험장의 '비닐봉투화장실' 몇 년 전 우리나라 각종 국가고시 시험장에서 사용하는 '비닐봉투화장실' 관행이 여론 재판의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사법시험장에서 용변을 볼 수 있는 비닐봉투를 나눠주고 시험 도중에 화장실에 다녀올 수 없게 했는데, 수험생들이 '판검사를 선발하는 시험장에서 투명한 비닐봉투를 주고 공개적으로 용변을 보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이자 해외토픽에 나올 일'이라며 항의한 것이다. 1970년대에 160분 동안 한 과목을 시험보면서 시작된 이 관행은 아직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 시대 과거시험장에서도 박으로 만든 요강(科場)을 사용하게 했는데 이 요강에 예상답안을 넣어 시험장에 들어가서 급제한 사람도 있어서, 세간에서 그런 사람들을 호자당상이라 비꼬기도 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언제나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에 따라 다른 화장실 사용법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비슷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에서는 해시계가 반대방향으로 작동하고 나팔꽃 덩굴도 반대방향으로 휘감긴다. 서양식 변기의 물 흐름방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영국, 미국 등 지구의 북반구에 있는 나라들은 수세식 변기 안의 물이 오른쪽으로 회전하는데 반해, 호주나 남아프리카 등 남반구에 있는 나라에서는 왼쪽으로 회전하면서 물이 내려간다. 화장실 안에서도 지구의 자전방향이 작동하는 것이다.


같은 문화권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변기 설치 방향도 다르다. 쪼그리고 앉는 동양식 변기를 설치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출입문을 보고 앉아 볼일을 보도록 변기를 설치하는데 반해 일본

은 벽을 보고 앉도록 변기를 설치한다. 일본의 변기 설치 방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갑자기 문이 열렸을 때 성기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그랬다는 설도 있고, 변기에 앉은 사람과 문을 연 사람의 얼굴이 마주치지 않으려는 방법이었다는 설도 있다. 오래 전부터 일본의 무사들은 싸움을 하다가 쫓기는 쪽이 화장실로 피신했는데, 문 쪽을 보고 앉으면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공격을 받기 때문에 싸움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로 벽 쪽을 향해 앉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꽤 설득력이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문 쪽을 향해 앉는 우리나라의 방식이 보다 현명해 보인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인기척을 하는데도 편리하고 냄새도 덜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동양식 변기를 설치할 때 벽 쪽 보다는 옆으로 설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글쓴이 조의현, 이담북스 중에서


-------------------------------------------------------------------------------------------------------------
어디서나 어울리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하나뿐인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신유건영이 노력합니다!!


이전글 <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세계 화장실 이모저모-2
다음글 <조의현의 화장실 칼럼> 세계 각 나라의 화장실 문제와 대책